중국의 인권변호사인 가오즈성(高智晟)은 중국민주화에 불길을 댕겼다. 중국이 선정한 10대 변호사의 한 사람인 그는 2월 4일 자신을 지지하는 인권변호사 궈페이슝(郭飛熊)이 인권운동에 동참했다가 경찰에 의해 구타당하고 구금된 사건에 접하여, 48시간 단식에 돌입하면서 인권탄압에 반대하는 릴레이 단식을 제창하였다.
가오즈성 변호사는 단식항쟁을 시작하면서 “중국 공민 누구라도 당국에 의해 야만적인 폭력, 구타와 박해를 당하는 것은 가장 비열하고 가장 부도덕한 만행을 감당하는 것이다. 중국 공민은 경찰이 보는 앞에서 구타를 당하고, 신고를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계속되는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공민은 이미 자신의 안전을 보호할 아무런 보장과 능력도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단식이라는 방식으로 이러한 극악무도하고 열악한 생존환경에 항의하는 것이다”라고 절박한 단식항쟁의 이유를 밝혔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중국공산당이 순수한 심신수련단체인 파룬궁 탄압을 시작한 것은 1999년 7월 20일이었다. 당시 수련자수가 1억 명을 훨씬 넘어서자 장쩌민은 질투심과 권력욕에서 상무위원 전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탄압을 감행하였다. 파룬궁 수련생들은 당시 가난한 농민과 빈민들을 위해 무료변론을 하여 민중의 존경을 받고 있던 가오즈성 변호사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였다. 이것은 가오즈성 변호사가 파룬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가오즈성 변호사는 장기간에 걸쳐 파룬궁 탄압실태를 조사한 후 인권유린이 매우 심각한 처지에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가오즈성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2005년 10월부터 지금까지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에게 파룬궁 탄압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공개서신을 3회에 걸쳐 발송하였다. 첫 번째 서신 발송 직후 경찰에 의해서 24시간 연금상태에 들어간 가오즈성은 지난 1월 17일에는 차량을 이용한 암살기도를 당하기도 하는 등 조직적인 박해에 직면하게 되었다. 가오의 단식제창 소식은 인터넷을 통하여 중국과 전 세계로 퍼져나가, 수많은 인권변호사와 민주인사 및 인권단체들이 단식에 동참하게 되었으며 그 수는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활동에 있어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세계적인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가 지난 2월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중국 당국에 대하여 단식 중에 행방불명된 인사들의 소재확인과 안전보장 및 석방을 요구하여 단식운동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릴레이 단식운동의 중요성과 그 비중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 릴레이 단식운동은, 1989년 등소평의 유혈진압으로 저지된 미완(未完)의 혁명 6·4 천안문 민주화운동과 달리 중국 민주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하여 확실한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6·4 당시와는 현격히 달라진 지금의 상황에서 그 결과를 가늠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중국 국내의 정치상황변화는 단식투쟁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서 2004.11.19. 대기원시보 사설 「9평공산당(九評共産黨)」이 발표된 이래 중국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산당 탈당열풍으로 지금까지 약 850만 명의 공산당원이 탈당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릴레이 단식운동과 탈당운동의 목적은 인권탄압의 종식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양자는 중국 민주화 운동의 양축으로서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는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민주화를 이룩한 많은 나라들은 그 대가를 충분히 지불한 경험이 있다. 그 중심에는 그 고귀한 가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민주화의 영웅이 자리한다. 중국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독학으로 변호사가 된 인권변호사 가오즈성은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혈혈단신 거대한 공룡 중국공산당과 맞서는 용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미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수많은 인권단체들로부터 2006년 노벨평화상후보로 추천된 상태다. 그를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은 정의와 진리의 힘이며 그를 성원하는 수많은 지지자들이다. 얼마 전 중국의 한 고위지도자는 변조한 음성으로 가오즈성에게 포기하지 말 것을 독려하는 전화를 했다고 한다. 단식운동은 인권탄압이 종식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모처럼 점화된 이 불길이 꺼지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것-그것은 전 세계 양심의 책임이다.
오세열 수원지법 민사합의과장(법원 서기관)